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에는 석회암 돌판 하나가 있습니다. 글자는 그리스어이고, 내용은 짧습니다. 들어오지 말라는 것, 들어왔다가 붙잡히면 죽음은 자기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 돌판이 서 있던 곳은 예루살렘 성전이었습니다.
복음서를 읽을 때 성전은 늘 배경처럼 지나가지만, 이 돌판을 보고 나면 그곳이 어떤 공간이었는지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비문의 첫머리에 있는 한 단어는 뜻밖의 자리에서 다시 나옵니다.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의 성전 경고 비문.
사진: Ywpark2003 Prof. Yong Woo Park / Wikimedia Commons, CC0
성전산 근처에서 나온 돌판
이 돌판은 1871년 프랑스 학자 샤를 클레르몽-가노가 예루살렘 성전산 바깥, 알아팀 문 근처의 건물에서 찾아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은 오스만 제국 땅이었고, 그래서 돌판은 이스탄불로 갔습니다.
1930년대에는 예루살렘 사자문 바깥 도로 공사 중에 같은 내용의 다른 경고판 조각이 나왔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박물관에 있는 이 조각에는 글자에 붉은 칠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눈에 잘 띄게 칠해 두었던 모양입니다.

이스라엘 박물관의 경고문 조각.
사진: Andrey Zeigarnik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비문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헤롯이 고쳐 지은 성전은 바깥쪽에 넓은 뜰이 있어서 유대인이 아닌 사람도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는 길은 낮은 난간이 막고 있었습니다. 요세푸스는 『유대 전쟁사』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기둥에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이방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글이 있었다고 적습니다. 이 돌판이 바로 그 경고문으로 여겨집니다.
비문 (그리스어)
ΜΗΘΕΝΑ ΑΛΛΟΓΕΝΗ ΕΙΣΠΟΡΕΥΕΣΘΑΙ ΕΝΤΟΣ ΤΟΥ ΠΕΡΙ ΤΟ ΙΕΡΟΝ ΤΡΥΦΑΚΤΟΥ ΚΑΙ ΠΕΡΙΒΟΛΟΥ. ΟΣ Δ' ΑΝ ΛΗΦΘΗΙ ΕΑΥΤΩΙ ΑΙΤΙΟΣ ΕΣΤΑΙ ΔΙΑ ΤΟ ΕΞΑΚΟΛΟΥΘΕΙΝ ΘΑΝΑΤΟΝ.
어떤 이방인도 성전 둘레의 난간과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붙잡히는 자는 뒤따르는 죽음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연대는 헤롯이 성전을 짓기 시작한 기원전 20년대부터 성전이 무너진 서기 70년 사이로 봅니다. 예수와 바울이 드나든 시기가 이 안에 들어갑니다.
알로게네스, 한 번 나오는 단어
비문에서 '이방인'으로 옮긴 말은 그리스어 알로게네스입니다. 혈통이 다른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단어가 신약성경에 나오는 곳은 단 한 군데입니다.
누가복음 17:15–18 (개역개정)
그 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의 발 아래에 엎드리어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시고

제임스 티소, 〈나병환자 열 명의 치유〉. 후대 화가의 상상화입니다.
그림: 브루클린 미술관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성전 난간 앞에서는 죽음의 경고를 받던 말이, 복음서에서는 돌아와 감사한 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 대비가 눈길을 끄는 이유입니다.
조심해서 읽어야 할 부분
같은 단어가 쓰였다는 것은 본문으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가가 이 비문을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칠십인역 그리스어 구약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니, 성전 경고문에서 가져온 표현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바울이 성전에서 붙잡힌 사도행전 21장도 이 비문과 함께 읽을 만합니다.
사도행전 21:28–29 (개역개정)
외치되 이스라엘 사람들아 도우라 이 사람은 각처에서 우리 백성과 율법과 이 곳을 비방하여 모든 사람을 가르치는 그 자인데 또 헬라인을 데리고 성전에 들어가서 이 거룩한 곳을 더럽혔다 하니
이는 그들이 전에 에베소 사람 드로비모가 바울과 함께 시내에 있음을 보고 바울이 그를 성전에 데리고 들어간 줄로 생각함이러라
왜 그토록 격한 소동이 일어났는지, 이 경고문이 배경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에베소서 2장 14절의 "중간에 막힌 담"을 이 난간과 연결해 읽는 해석도 많습니다. 다만 다른 설명을 내놓는 학자들도 있어서, 비문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유물 | 성전 경고 비문 (Temple Warning Inscription) |
| 재질·언어 | 석회암, 그리스어 |
| 발견 | 1871년 샤를 클레르몽-가노, 예루살렘 |
| 연대 | 기원전 23년경 ~ 서기 70년 (헤롯 성전 시기) |
| 소장처 |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이스라엘 박물관(조각) |
| 함께 읽을 성경 | 누가복음 17:11–19, 사도행전 21:27–29, 에베소서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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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C. Clermont-Ganneau, "Une stèle du temple de Jérusalem," Revue archéologique 23 (1872)
- P. Segal, "The Penalty of the Warning Inscription from the Temple of Jerusalem," Israel Exploration Journal 39 (1989)
- Corpus Inscriptionum Iudaeae/Palaestinae, Vol. I, Part 1 (De Gruyter, 2010)
-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5.193–194, 『유대 고대사』 15.417
사진 출처: ① Ywpark2003 Prof. Yong Woo Park, "Temple Warning Inscription from Jerusalem Istanbul Archaeology Museums.jpg", Wikimedia Commons, CC0 ② Andrey Zeigarnik, "Jerusalem Temple Warning Inscription fragment.jpg",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③ James Tissot, "The Healing of Ten Lepers", Brooklyn Museum,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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