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세상의 마지막 대전쟁을 떠올립니다. 할리우드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고, 뉴스에서 큰 재앙을 비유할 때도 등장하지요.
그런데 이 단어는 성경 전체에서 딱 한 번, 요한계시록 16장 16절에 나옵니다. 그리고 그 구절은 이것이 "히브리어로" 부르는 어떤 장소의 이름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 장소는 어디일까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답은 이스라엘 북부의 한 언덕, 텔 므깃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므깃도가 어떤 곳인지, 왜 이곳이 '전쟁'이라는 이미지와 엮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연결에 어떤 단서가 붙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텔 므깃도 정상에서 내려다본 이스르엘 골짜기.
사진: Mboesc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도시가 쌓아 올린 언덕
므깃도는 이스라엘 북부의 넓은 평야, 이스르엘 골짜기의 남서쪽 끝자락에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야 가장자리에 불쑥 솟은 언덕인데, 이 언덕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고대 근동의 도시들은 무너지거나 불타면 그 잔해 위에 다시 지어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층층이 쌓인 언덕을 '텔'이라고 부릅니다. 므깃도에는 발굴 보고에 따라 20개에서 30개에 이르는 도시층이 확인되었습니다. 가장 아래층은 기원전 4천년기보다도 오래되었고, 가장 위층은 페르시아 시대인 기원전 4세기 무렵입니다.
20세기 초 독일 팀, 1920–30년대 미국 시카고 대학 동양연구소 팀, 그리고 1990년대부터 텔아비브 대학 팀이 이 언덕을 파 왔습니다. 2005년에는 하솔, 브엘세바와 함께 '성경의 텔'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길목을 쥔 도시
므깃도가 중요했던 이유는 위치에 있습니다.
고대에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로 가려면 지중해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큰길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은 이스라엘 북부에서 갈멜 산맥에 가로막힙니다. 군대와 상인들은 산맥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지나야 했고, 그 골짜기가 평야로 열리는 출구에 므깃도가 서 있었습니다. 문을 지키는 성 같은 자리였던 셈입니다.

이스르엘 골짜기와 멀리 보이는 다볼 산.
사진: Joe Free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5
그래서 이 골짜기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의 파라오 투트모세 3세는 가나안 도시들의 연합군을 므깃도에서 무찔렀습니다. 그는 이 원정을 카르나크 신전 벽에 자세히 새겨 두었는데, 이것은 날짜와 경로까지 상세히 기록된 가장 오래된 전투 기록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군사회의에서 넓고 안전한 길 대신 좁은 골짜기 길을 택해 적의 허를 찔렀다는 이야기도 그 기록에 나옵니다.
성경에도 이 골짜기의 싸움들이 이어집니다. 사사기 5장의 드보라의 노래는 가나안 왕들이 "므깃도 물가 다아낙에서" 싸웠다고 노래합니다. 기드온이 미디안을 물리친 곳도, 사울이 블레셋과 싸우다 전사한 길보아 산도 이 골짜기 둘레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609년, 유다의 요시야 왕은 북쪽으로 올라가던 이집트 왕 느고를 막으러 나갔다가 므깃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열왕기하 23:29, 역대하 35:22).
'하르 므깃도'와 아마겟돈
요한계시록 16:16 (개역개정)
세 영이 히브리어로 아마겟돈이라 하는 곳으로 왕들을 모으더라
그리스어 본문에는 '하르마게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것을 히브리어 '하르(산)'와 '므깃도'를 합친 말, 곧 '므깃도의 산'으로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수많은 전쟁이 실제로 벌어졌던 그 땅의 이름이, 마지막 전쟁을 묘사하는 환상 속에 쓰였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짚어 둘 것
다만 이 연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먼저 므깃도는 '산'이 아닙니다. 평야보다 수십 미터 높은 언덕일 뿐이고, 고대 문헌에서도 '므깃도 산'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르'를 근처의 갈멜 산으로 보거나, 아예 다른 히브리어 단어(예를 들어 '모임의 산')에서 왔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또 하나, 요한계시록은 상징과 환상의 언어로 쓰인 책입니다. 아마겟돈이 미래에 실제로 이 골짜기에서 벌어질 전쟁을 말하는지, 아니면 하나님과 악의 세력이 맞서는 마지막 대결을 이 유명한 전쟁터의 이름으로 상징한 것인지는 교회 전통 안에서도 해석이 갈립니다. 이 글은 그 신학적 논쟁보다는 이름의 배경이 된 장소가 실제로 어떤 곳이었는지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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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내용 |
|---|---|
| 유적 | 텔 므깃도 |
| 위치 | 이스라엘 북부, 이스르엘 골짜기 남서쪽 끝 |
| 도시층 | 20–30개 (기원전 4천년기 이전 ~ 기원전 4세기경) |
| 주요 사건 | 투트모세 3세의 므깃도 전투(기원전 15세기), 요시야 전사(기원전 609년) |
| 발굴 | 독일 팀(1903–05), 시카고 대학(1925–39), 텔아비브 대학(1992–) |
| 세계유산 | 2005년 '성경의 텔 – 므깃도, 하솔, 브엘세바' |
| 함께 읽을 성경 | 요한계시록 16:16, 열왕기하 23:29, 사사기 5:19, 열왕기상 9:15 |
참고한 자료
- E. H. Cline, The Battles of Armageddon: Megiddo and the Jezreel Valley from the Bronze Age to the Nuclear Ag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00)
- I. Finkelstein, D. Ussishkin & B. Halpern (eds.), Megiddo III: The 1992–1996 Seasons (Tel Aviv University, 2000)
- J. B. Pritchard (ed.), Ancient Near Eastern Texts, 3rd ed. (1969), pp. 234–238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Biblical Tels – Megiddo, Hazor, Beer Sheba"
사진 출처: ① Mboesch, "Tel-megiddo-view-over-jezreel-valley-a.JPG",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② Joe Freeman, "JPF-Jezreel Valley and Mount Tabor.JPG", Wikimedia Commons, CC BY-SA 2.5
지금 므깃도 정상에 올라서면 바둑판처럼 펼쳐진 밭과 과수원이 보일 뿐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이집트와 앗시리아, 그리고 이스라엘과 유다의 군대가 지나간 그 들판의 이름이, 성경 마지막 책에서 마지막 전쟁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엘라 골짜기에 이어, 이번에도 성경의 무대가 된 지형 자체를 다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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