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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성경 역사 고고학 검증

에베소 대극장, 은장색들의 소동이 벌어진 사도행전 19장의 무대를 걷다

by Bible Proven 2026. 10. 31.

사도행전을 읽다 보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19장의 에베소 소동이 그렇습니다. 장사가 안 될까 걱정한 은장색들이 들고일어나고, 온 도시가 술렁이고, 군중이 바울의 동행자들을 끌고 극장으로 몰려가 두 시간 동안 같은 구호를 외칩니다. 거의 영화 같은 장면이지요.

 

그 극장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튀르키예 서부 셀주크 근처의 에베소 유적에 가면, 산비탈에 기대어 세운 거대한 반원형 객석이 그대로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에베소 대극장이 어떤 곳이었는지, 사도행전의 묘사와 에베소에서 나온 비문들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비문이 보여 주는 것과 보여 주지 않는 것도 구분해 보겠습니다.

에베소 대극장의 바깥 벽. 지금도 복원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Warren LeMay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아시아 속주의 수도, 에베소

1세기 에베소는 로마의 아시아 속주에서 가장 큰 도시였습니다. 인구는 학자에 따라 십수만에서 이십만 명 남짓으로 추정합니다. 항구 도시였고, 무엇보다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 아르테미스(아데미) 신전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데미 신전은 거대한 순례지였고, 순례객을 상대로 한 장사도 활발했습니다. 신전이나 여신상을 본뜬 작은 모형이 기념품이자 봉헌물로 팔렸지요. 사도행전 19장의 은장색 데메드리오도 바로 이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2만 4천 명이 앉던 극장

에베소 대극장은 도시 동쪽 피온 산(지금의 파나이르 산) 비탈을 깎아 만들었습니다. 기원전 3세기 헬레니즘 시대에 처음 지어졌고, 로마 시대인 1세기부터 2세기에 걸쳐 크게 넓혀졌습니다. 다 지었을 때 약 2만 4천 명이 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극장 정면에서는 옛 항구까지 곧게 뻗은 대로가 시작됩니다. 지금 '아르카디아 거리'라고 부르는 길입니다. 연극뿐 아니라 시민 집회, 종교 축제, 나중에는 검투 경기까지 열렸던 도시의 중심 무대였습니다.

대극장 위쪽 객석. 무대 너머로 옛 항구 쪽으로 뻗은 길이 보인다.
사진: Dosse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도행전 19장의 소동

바울은 3차 전도 여행 중 에베소에 2년 넘게 머물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자, 데메드리오는 동료 장인들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바울이 "손으로 만든 것은 신이 아니다"라고 가르치는 바람에 우리 장사가 위태로울 뿐 아니라, 위대한 여신 아데미의 신전까지 업신여김을 받게 생겼다고요(19:25–27, 요지).

 

화가 난 장인들이 외치기 시작합니다.

사도행전 19:28 (요지)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분노가 가득하여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 하고 외쳤다.

 

그리스어로는 "메갈레 헤 아르테미스 에페시온"입니다. 소란은 도시 전체로 번지고, 사람들은 바울의 동행자인 마게도냐 사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붙잡아 극장으로 몰려갑니다(19:29). 바울은 직접 들어가려 했지만 제자들과, 바울과 친분이 있던 '아시아 관리' 몇 사람이 말렸습니다. 군중은 왜 모였는지도 모르는 채 두 시간 동안 같은 말을 외쳤고, 결국 도시의 서기관이 나서서 정식 민회에서 다루라고 타일러 사람들을 해산시킵니다.

비문이 보여 주는 에베소

에베소는 1860년대 영국의 존 터틀 우드가 아데미 신전 터를 찾으며 발굴을 시작했고, 1895년부터는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가 지금까지 발굴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천 점의 비문이 나왔는데, 그중 몇 가지가 사도행전 19장을 읽는 데 특히 흥미롭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살루타리스 비문입니다. 서기 104년, 가이우스 비비우스 살루타리스라는 부유한 시민이 큰돈을 기부하면서 남긴 긴 비문인데, 대극장 벽에 새겨져 있던 것이 우드의 발굴 때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금과 은으로 만든 신상 31점, 그중 여러 점의 아데미 상을 정해진 날마다 아데미 신전에서 성문을 지나 대극장까지 행렬로 옮겨 오고, 집회 동안 극장 객석 위에 세워 두라는 규정이 적혀 있습니다. 아데미와 대극장과 은으로 만든 신상이 한데 엮여 있는 셈입니다.

 

또 사도행전에 나오는 직함들도 비문에서 확인됩니다. 군중을 진정시킨 '서기관(그람마테우스)'은 에베소 비문에 도시의 최고 관리 가운데 하나로 자주 등장하고, 바울의 친구로 나오는 '아시아 관리(아시아르케스)'도 이 지역 비문에 실제로 나오는 칭호입니다.

그래도 짚어 둘 것

다만 선을 하나 그어 두고 싶습니다. 살루타리스 비문은 바울이 에베소를 떠나고 약 50년 뒤의 기록입니다. 이 비문이 데메드리오의 소동을 직접 증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바울이나 가이오의 이름이 새겨진 돌이 나온 것도 아닙니다.

 

비문들이 보여 주는 것은 사도행전이 그린 에베소의 모습, 그러니까 아데미 숭배가 도시 생활의 중심이었고, 극장이 그 숭배와 시민 집회의 무대였으며, 서기관과 아시아 관리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배경이 1세기 전후 에베소의 실제 모습과 잘 맞는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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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로 짧게 정리한 영상입니다.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유적 에베소 대극장
연대 기원전 3세기 건립, 서기 1–2세기 확장
규모 약 2만 4천 석 (추정)
위치 튀르키예 셀주크 인근 에베소 유적
관련 비문 살루타리스 비문(서기 104년), 서기관·아시아르케스 칭호 비문
발굴 1860년대 J. T. 우드, 1895년부터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
함께 읽을 성경 사도행전 19:23–41

 

참고한 자료

  • G. M. Rogers, The Sacred Identity of Ephesos: Foundation Myths of a Roman City (Routledge, 1991)
  • P. Trebilco, The Early Christians in Ephesus from Paul to Ignatius (Mohr Siebeck, 2004)
  • J. T. Wood, Discoveries at Ephesus (London, 1877)

 

사진 출처: ① Warren LeMay, "The Great Theatre of Ephesus, Ephesus Archaeological Site, Selcuk, Turkiye (53526414279).jpg",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② Dosseman, "Ephesus Great Theatre seats in 1992 066.jpg",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도행전의 저자는 이 소동을 꽤 유머러스하게 그렸습니다. 모인 사람 대부분이 왜 모였는지도 몰랐다고 적었으니까요. 그 돌계단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관광객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고린도의 길바닥을 걸었다면, 이번에는 바다 건너 에베소로 바울의 다음 발자취를 따라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