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의 수난 이야기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합니다. 빌라도, 헤롯, 베드로, 그리고 대제사장 가야바. 예수님이 체포된 밤 끌려간 곳이 바로 가야바의 집이었습니다.
빌라도는 1961년 가이사랴에서 나온 비석으로 이름이 확인됐다는 이야기를 지난번에 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야바는 어떨까요? 그 이름이 새겨진 유물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그것도 꽤 극적인 경위로 나왔습니다. 1990년 예루살렘의 공원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석회암 상자, 이른바 가야바 유골함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상자가 어떤 물건인지, 이름은 어떻게 적혀 있는지, 그리고 학자들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박물관에 전시된 가야바 유골함. 정면에 로제트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사진: Gary Todd / Wikimedia Commons, CC0
유골함이라는 물건
먼저 유골함(ossuary)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1세기 무렵 예루살렘의 유대인들 사이에는 독특한 장례 방식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바위를 파서 만든 가족 무덤에 시신을 눕혀 둡니다. 1년쯤 지나 살이 다 썩고 뼈만 남으면, 그 뼈를 모아 석회암으로 만든 작은 상자에 옮겨 담았습니다. 이 상자가 유골함입니다. 길이는 보통 50~70cm 정도로, 다리뼈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이 방식은 대략 기원전 1세기 말부터 서기 70년 예루살렘 함락 무렵까지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유골함은 예수님과 사도들이 살았던 바로 그 시대의 예루살렘을 보여 주는 유물이기도 합니다.
1990년 겨울, 공원 공사 현장
1990년 11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평화의 숲'(북 탈피오트 지역)에서 공원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러다 땅이 꺼지면서 바위를 판 무덤 하나가 드러났습니다.
이스라엘 고고학청의 즈비 그린헛이 곧바로 조사에 나섰습니다. 무덤 안에서는 유골함 12개가 나왔는데, 일부는 이미 옛날에 도굴꾼이 손을 댄 상태였습니다. 그중 한 개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정면 전체에 원형 로제트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된, 이 무덤에서 가장 화려한 상자였습니다.
그 상자 안에서는 여러 사람의 뼈가 나왔고, 그중에는 60세 전후의 남성 뼈도 있었습니다. 뼈는 조사가 끝난 뒤 유대 전통에 따라 다시 묻혔습니다.
긁어서 새긴 이름

유골함의 장식 없는 면에 긁어 새긴 아람어 글씨.
사진: BRBurton / Wikimedia Commons, CC0
중요한 건 화려한 정면이 아니라 그 반대쪽이었습니다. 장식 없는 옆면과 뒷면에, 못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 새긴 글씨가 있었습니다. 잉크로 쓴 것도, 석공이 정성 들여 새긴 것도 아니고, 아마 뼈를 옮겨 담던 가족이 누구의 뼈인지 표시해 둔 것으로 보입니다.
글씨는 아람어이고, 두 번 적혀 있습니다.
| 위치 | 원문 | 음역 | 뜻 |
|---|---|---|---|
| 옆면 | יהוסף בר קיפא | Yehosef bar Qayafa | 요셉, 가야바의 아들 |
| 뒷면 | יהוסף בר קפא | Yehosef bar Qafa | 요셉, 가야바의 아들 (철자가 조금 다름) |
'바르(bar)'는 아람어로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친아버지의 이름이라기보다 가문의 이름, 일종의 성처럼 쓰였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요세푸스가 남긴 본명
여기서 1세기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이 중요해집니다. 그는 『유대 고대사』에서 로마 총독 그라투스가 대제사장을 여러 번 갈아 치운 끝에 "가야바라 불리는 요셉"을 앉혔다고 씁니다(18.35). 그리고 몇 장 뒤에서, 시리아 총독 비텔리우스가 그를 물러나게 했다고 기록합니다(18.95).
이 기록을 따르면 가야바의 재임 기간은 대략 서기 18년부터 36/37년까지입니다. 대제사장들이 1~2년 만에 갈리던 시절에 18년 넘게 자리를 지켰으니, 로마 총독들과 손발을 꽤 잘 맞췄던 인물로 보입니다. 빌라도가 유대 총독이었던 기간(서기 26–36년)과도 거의 그대로 겹칩니다.
복음서는 그를 그냥 '가야바'라고 부릅니다. 요세푸스는 본명이 요셉이었다고 알려 줍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무덤에서 '요셉, 가야바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적힌 상자가 나왔습니다. 세 기록이 같은 사람을 가리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복음서 속 가야바
마태복음 26:57 (개역개정)
예수를 잡은 자들이 끌고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가니 거기 서기관과 장로들이 모여 있더라
요한복음은 가야바가 등장하는 장면을 조금 더 자세히 전합니다. 예수님 때문에 로마가 와서 나라를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공회 앞에서, 그가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온 민족이 망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기록합니다(요한복음 11:49–50, 요지). 누가복음 3:2와 사도행전 4:6에도 그의 이름이 나옵니다.
덧붙이면, 십자가형 판결 자체를 내린 사람은 로마 총독 빌라도입니다. 가야바는 예수님을 심문하고 빌라도에게 넘긴 쪽입니다. 영상에서는 짧게 "십자가형을 주도했던"이라고 표현했는데, 복음서의 흐름으로 보면 이렇게 나눠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말 그 가야바일까
학계의 다수 견해는 이 유골함이 대제사장 가야바, 또는 적어도 그 가문의 것이라는 쪽입니다. 그래도 반론이 없지는 않아서 함께 소개해 둡니다.
첫째는 판독 문제입니다. 뒷면의 '카파(קפא)'는 철자가 달라서, 이걸 정말 '가야바'로 읽어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둘째는 무덤의 격입니다. 대제사장 가문의 무덤치고는 소박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셋째로, 이 무덤에서 나온 한 여성의 두개골 안에서 동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죽은 사람 입에 동전을 넣는 그리스식 풍습을 떠올리게 해서, 대제사장 가문의 장례로는 어색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런 반론에 대해서는 다시 재반론이 이어졌고, 지금은 대제사장 가야바와 연결하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합니다. 다만 "가야바의 뼈가 확실히 담겼던 상자"라고 단정하기보다, "가야바 가문의 유골함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정도로 말해 두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오해는 바로잡아 두겠습니다. 가야바가 실존 인물인지는 원래부터 논쟁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요세푸스가 이미 기록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유골함의 가치는 그가 살았던 시대, 그가 살았던 도시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실물이 나왔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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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유물 | 가야바 유골함 (Caiaphas Ossuary) |
| 연대 | 서기 1세기 |
| 발견 | 1990년 11월, 예루살렘 평화의 숲(북 탈피오트) 매장굴 |
| 재질 | 석회암, 정면에 로제트 문양 |
| 비문 | 아람어 "요셉, 가야바의 아들" (옆면·뒷면 두 차례, 긁어 새김) |
| 소장 | 이스라엘 박물관 (예루살렘) |
| 함께 읽을 성경 | 마태복음 26:3, 57 / 요한복음 11:49–53, 18:13–28 / 누가복음 3:2 / 사도행전 4:6 |
참고한 자료
- 요세푸스, 『유대 고대사』 18.35, 18.95
- Zvi Greenhut, "Burial Cave of the Caiaphas Family," Biblical Archaeology Review 18:5 (1992)
- Ronny Reich, "Caiaphas Name Inscribed on Bone Boxes," Biblical Archaeology Review 18:5 (1992)
사진 출처: ① Gary Todd, "Limestone Ossuary of "Joseph Son of Caiaphas" Jerusalem, 1st Century AD", Wikimedia Commons, CC0 ② BRBurton, "Kayafa's Ossuary 3.JPG", Wikimedia Commons, CC0
가족 중 누군가가 뼈를 옮겨 담으면서 상자에 이름을 긁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헷갈리지 않으려고 남긴 그 몇 글자가, 2천 년 뒤 복음서 속 인물과 실제 역사를 잇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지난 글의 빌라도 비석과 이번 가야바 유골함을 나란히 놓고 보면, 예수님의 재판에 등장하는 두 권력자의 이름이 모두 1세기의 돌 위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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